My weirdo, my Woodie
이상한 우디
집에 처음 발을 들였을 아기 시절때부터 겁이 많은 친구라고 느끼긴 했지만, 어떤 지점부터는 겁이 겉잡을 수 없이 점점 늘어나 매우 예민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몇 가지 예로는,
- 집 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반응한다. 우리 부부 둘 중 하나만 없어도 대문 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짖는다. 우리 부부의 특성이 재택근무하는 집돌이 집순이인지라 환경이 더 강하게 뒷받침하게 해준건 아닐까 싶다.
- 산책도 점점 무서워하게 됐는데, 길에서 만난 다른 친구의 반갑다고 달려드는 행동에 겁을 먹은 뒤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려 하지 않아 곤혹이었다. 결국 아기들이 먹는 순한 치즈를 들고 나가 산책할 때만 조금씩 줘봤더니 어느 정도 나아져 산책이 다시 가능해졌다. 산책할 때도 훈련받지 못한 못 배운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미친듯이 뛰어다녀 목줄 컨트롤이 매우 피곤한데 이것이 긴장에서 비롯된 건지 정말 신이 나서 그런건지 아직도 감을 못 잡겠다.
- 우디와 함께한 3여년동안 우리 부부 둘이 함께 외출한 횟수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니 상황이 얼마나 out of control 인지 답답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외딴 곳에 있는 단독주택이라면 아무리 짖고 울어도 내버려두고 다녀오겠지만 밀집한 가구들이 들어찬 아파트 환경에서 여의치가 않다.
- 우리 부부는 장난칠 때 가끔 격투기하는 것처럼 놀기도 하는데 그럴때는 또 왜그렇게 사이에 끼어들어 짖고 핥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격한 행동과 소리에 예민도가 올라간 거라 예상이 되긴 하지만.
-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가려 봉지를 묶을 때부터 울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유난히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외에 일상적으로 나가는 순간에는 쳐다볼 뿐 반응하지 않는다. 단, 집 안에 한 사람이 있다는 전제 하에.
- 샤워를 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매우 격하게 반긴다. 마치 장시간 집을 비웠다 돌아온 것처럼. 그 외 방문을 잠깐 닫고 열어줄 때는 이 정도는 아니다.
- 목욕을 시키려는 낌새만 보여도 흥분을 시작한다.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얼른 업어다 욕조에 넣어주길 바라는 듯이 매달린다. 목욕은 무난하게 하는 편인데 얼굴에 물이 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걸 봤을 때 여전히 목욕이 좋아서 흥분하는 건지 싫어서 흥분하는 건지 아리송하다.
순둥이 우디
그럼에도 우디는 매우 착한 강아지다. 혼내는 소리에 늘 눈치를 보고 행동을 멈추고 이빨을 드러낸 적이 장난할 때 이외에는 없는 순하디 순한 아이다. 단지 우리와 늘 함께 있고 싶어하는 지극히 강아지의 본능이 강한 친구일 뿐,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우리는 참 난감하다.
My weirdo, my Woodie. 예민하지만 순한 나의 우디. 너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동물병원의 신경안정제 처방과 복용이 필요한 걸까? 그냥 단지 우리의 부족함이 너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자책과 고민이 거듭 반복되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아직 감이 안 선다. 강형욱 강아지대통령님이 이 먼 타국까지 와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이사를 한번 해보는 게 좋을까? 아니면 이웃의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도전을 해보는 게 맞을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