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디

My weirdo, my Woodie

이상한 우디

집에 처음 발을 들였을 아기 시절때부터 겁이 많은 친구라고 느끼긴 했지만, 어떤 지점부터는 겁이 겉잡을 수 없이 점점 늘어나 매우 예민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몇 가지 예로는,

  1. 집 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반응한다. 우리 부부 둘 중 하나만 없어도 대문 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짖는다. 우리 부부의 특성이 재택근무하는 집돌이 집순이인지라 환경이 더 강하게 뒷받침하게 해준건 아닐까 싶다.
  2. 산책도 점점 무서워하게 됐는데, 길에서 만난 다른 친구의 반갑다고 달려드는 행동에 겁을 먹은 뒤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려 하지 않아 곤혹이었다. 결국 아기들이 먹는 순한 치즈를 들고 나가 산책할 때만 조금씩 줘봤더니 어느 정도 나아져 산책이 다시 가능해졌다. 산책할 때도 훈련받지 못한 못 배운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미친듯이 뛰어다녀 목줄 컨트롤이 매우 피곤한데 이것이 긴장에서 비롯된 건지 정말 신이 나서 그런건지 아직도 감을 못 잡겠다.
  3. 우디와 함께한 3여년동안 우리 부부 둘이 함께 외출한 횟수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니 상황이 얼마나 out of control 인지 답답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외딴 곳에 있는 단독주택이라면 아무리 짖고 울어도 내버려두고 다녀오겠지만 밀집한 가구들이 들어찬 아파트 환경에서 여의치가 않다.
  4. 우리 부부는 장난칠 때 가끔 격투기하는 것처럼 놀기도 하는데 그럴때는 또 왜그렇게 사이에 끼어들어 짖고 핥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격한 행동과 소리에 예민도가 올라간 거라 예상이 되긴 하지만.
  5.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가려 봉지를 묶을 때부터 울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유난히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외에 일상적으로 나가는 순간에는 쳐다볼 뿐 반응하지 않는다. 단, 집 안에 한 사람이 있다는 전제 하에.
  6. 샤워를 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매우 격하게 반긴다. 마치 장시간 집을 비웠다 돌아온 것처럼. 그 외 방문을 잠깐 닫고 열어줄 때는 이 정도는 아니다.
  7. 목욕을 시키려는 낌새만 보여도 흥분을 시작한다.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얼른 업어다 욕조에 넣어주길 바라는 듯이 매달린다. 목욕은 무난하게 하는 편인데 얼굴에 물이 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걸 봤을 때 여전히 목욕이 좋아서 흥분하는 건지 싫어서 흥분하는 건지 아리송하다.

순둥이 우디

그럼에도 우디는 매우 착한 강아지다. 혼내는 소리에 늘 눈치를 보고 행동을 멈추고 이빨을 드러낸 적이 장난할 때 이외에는 없는 순하디 순한 아이다. 단지 우리와 늘 함께 있고 싶어하는 지극히 강아지의 본능이 강한 친구일 뿐,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우리는 참 난감하다.

My weirdo, my Woodie. 예민하지만 순한 나의 우디. 너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동물병원의 신경안정제 처방과 복용이 필요한 걸까? 그냥 단지 우리의 부족함이 너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자책과 고민이 거듭 반복되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아직 감이 안 선다. 강형욱 강아지대통령님이 이 먼 타국까지 와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이사를 한번 해보는 게 좋을까? 아니면 이웃의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도전을 해보는 게 맞을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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